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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Gyeongju

꽤 오랜 시간 경주와 사랑에 빠졌었다. 주변 사람들은 경주에 애인을 숨겨놓은 거 아니냐고 했지만 경주가 애인이었다. 서울에 앉아 있으면서도 경주의 날씨 변화를 챙겼고, 지금이다 싶으면 밤에도 몇 시간씩 차를 몰아 경주로 향했다.


카메라를 통한 사진의 기본 속성은 렌즈로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재현보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애쓴다. 내가 경주의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내 느낌을 표현하는 데에 방점이 찍히고, 사각의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은 풍경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 카메라의 초점은 ‘사람이 만든 풍경’에 맞춰진다. 내 몸, 내 정신 어느 한구석 인연의 퍼즐 조각이 이어질까 말까 한 오래전 사람들이 만들었지만 대대로 귀하게 모셔져서 지금의 풍경이 된 그런 것들이다.


경주 구석구석 널려 있는 이것들이 모두 번듯한 안내판을 앞세우고 있지는 않다. 누구나 한눈에 반하는 감은사지 석탑 같은 비주얼이 아니어도 자연의 일부로 보이는 동산 같은 능, 새소리만 떠도는 폐사지 풀숲에 삐뚜름히 박힌 주춧돌, 여기저기 깨진 상처투성이 불상들이 가난한 마음을 위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