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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기행 Stone Pagodas

내가 보는 석탑은 크지 않은 몸으로 공간을 사로잡는 화룡점정의 오브제이다. 종교적인 의미는 뒷전으로 물린다. 양식화된 형태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풍상이 더해져서 저마다 다른 인상을 풍기는 것이 석탑의 매력 포인트다.


본디 사찰 마당에 세워졌겠으나 어느 때인가 절집은 사라져버렸어도 석탑만은 그 자리에 남아 산과 들을 배경으로 지금도 서 있다. 만든 사람들의 정성과 길게는 천 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게끔 보존한 수많은 마음들이 더해져서 나에게는 값비싼 현대 조각 작품보다 끌리는 피사체가 되었다.


한편으로 수평의 자연 공간을 가르며 수직으로 서 있는 석탑은 하늘에 닿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 같다. 1990년에 삼국유사 유적지 답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석탑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