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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리 Wimiri

서귀포 동쪽에 있는 한적한 시골 바닷가 마을 위미리의 첫인상에 홀렸다. 내 머리만 한 얼굴을 가진 보랏빛 수국들의 행렬, 더운 날에도 노란 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귤나무 가로수, 방파제 끝에 서 있는 새빨간 등대, 돌고래가 뛰노는 맑고 푸른 바다, 빛과 소리를 잠재우는 것 같은 현무암 돌담길의 고요함까지 모든 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평선에 납작 붙어 있는 섬, 지귀도도 한몫했다.

뜬금없이 위미리에 거처를 마련하고 1년 반 정도를 오가며 ‘사람이 만든 풍경’을 담았다. ‘사람이 만든 풍경’은 내 사진의 큰 주제 가운데 하나다. 사계절 시시각각 자연이 펼쳐 내는 풍광과 그 공간에 자리 잡은 사람이 만든 사물들이 존재감으로 빛날 때 감동을 받는다. 위미리에서 그런 풍경을 만나려고 어슬렁거렸다.

당초에는 제주의 현무암을 닮은 흑백 사진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결국에는 위미리의 색을 살리는 쪽으로 돌아섰다. 하늘이 투영된 바닷빛의 오묘함을 담아내는 데에는 컬러 사진이 어울렸다.